▲음악 동영상
“내가 좋아하는 영국 가수” 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꽤나 많다. 그 중에서 특별히 생각나는 이름이 있다면, 릴리 앨런(Lily Allen), 지극히 영국적인 싱어송라이터다. Lily Allen을 유난히 좋아하는 이유를 꼽으라면, 그녀 노래 특유의 장난기 어린 듯하면서도 넘치는 반항기와 날카로운 풍자(sarcasm)때문이 아닌가 싶다.
▲릴리 앨런
처음으로 릴리 앨런의 노래를 접한 것은 2009년쯤 아이팟(IPOD)이 한물가고 노키아 핸드폰에 라디오 무제한 용량 서비스가 있던 때로, 당시 런던의 Capital FM이 바로 내가 자주 듣는 고정 채널이었다. 집집마다 라디오 수신기로 라디오를 듣던 어린 시절과 달리 라디오를 들을 일이 거의 없는 요즘이라, 핸드폰에 그런 기능이 있는 게 정말 고마웠다.
나는 공부하랴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활비를 마련하랴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여유가 없는 유학생활이었지만, 어쩌다 주말이면 런던의 빨간색 2층버스를 타고 6구역(Zone 6, 시내중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구역으로, 북경으로 치면 六环 정도가 된다.)에서 런던의 중심가까지 거의 두 시간 되는 거리를 달리면서 흔치 않은 여유를 즐기곤 했다. 돌이켜보면, 버스의 2층 맨 앞자리에 앉아 스타벅스의 카페라떼 한 잔을 홀짝이고 헤드폰으로 Capital FM 채널을 들으면서 런던의 길거리 풍경과 행인들을 구경하는 게 다였지만, 가난한 유학생이었던 내게는 그 어떤 비싼 유럽여행을 하는 것보다 더 행복했었다……
▲런던의 명물 빨간 2층버스
그때 라디오에서 많이 들려주던 노래「두려움(The Fear)」이 내가 접한 릴리 알렌의 첫 작품이었던 것 같다. 돈과 명예를 위해 더 이상 수치심이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다는 물질 만능에 외모 지상주의의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한 내용이다. 꽤나 무거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맑은 목소리와 솜사탕처럼 해나른한 창법은 여유만만하게 이 곡을 팝송차트의 맨 꼭대기에 올려놓았다.
그녀의 다른 노래들도 통통 튀는 그녀의 개성을 그대로 그려내고 있어서 그 뒤로 나는 쭉 그녀의 팬이 되었다.「불공평해(Not fair)」, 「제기랄(Fuck you)」등 제목만 들어도 절대 고분고분하지 않을 것 같은 내용이 바로 그녀가 즐겨 다루는 영역이라고 해야 할까.그 중에서 지난해 발표한 싱글앨범 「이 바닥은 힘들어(Hard out here) 」는 두 아이를 출산한 후 작업한 것으로, 삐쩍 마른 미인들만이 성공하는 요즘 세상에서 통통한 몸매로 성공하려고 몸부림치는 그녀를 비롯한 수많은 연예계 여성들의 심경을 담은 작품이다. 자극적인 성형수술 장면을 뮤직비디오에 다루었다는 이유로 말밥에 오르면서 더 빨리 히트를 치기도 했다.
◇가사
The Fear
작사, 작곡, 노래: Lily Allen
I want to be rich and I want lots of money
I don't care about clever I don't care about funny
I want loads of clothes and fuck loads of diamonds
I heard people die while they are trying to find them
I'll take my clothes off and it will be shameless
Cuz everyone knows that's how you get famous
I'll look at the sun and I'll look in the mirror
I'm on the right track yeah I'm on to a winner
I don't know what's right and what's real anymore
I don't know how I'm meant to feel anymore
When we think it will all become clear
Cuz I'm being taken over by The Fear
Life's about film stars and less about mothers
It's all about fast cars and passing each other
But it doesn't matter cause I'm packing plastic
and that's what makes my life so fucking fantastic
And I am a weapon of massive consumption
and it's not my fault it's how I'm program to function
I'll look at the sun and I'll look in the mirror
I'm on the right track yeah I'm on to a winner
I don't know what's right and what’s real anymore
I don't know how I'm meant to feel anymore
When we think it will all become clear
Cuz I'm being taken over by The Fear
Forget about guns and forget ammunition
Cause I'm killing them all on my own little mission
Now I'm not a saint but I'm not a sinner
Now everything is cool as long as I'm getting thinner
I don't know what's right and what's real anymore
I don't know how I'm meant to feel anymore
When we think it will all become clear
Cause I'm being taken over by Fear
두려움
작곡, 작사, 노래: 릴리 알렌
부자가 되고 싶고 많은 돈도 원해
똑똑한 건 바라지도 않아 웃기는 것도 마찬가지야
많은 옷을 갖고 싶고 엄청나게 많은 다이아몬드도 갖고 싶어
사람들이 그런 것들을 찾느라 죽는다고도 들었어
내 옷을 벗을게 창피하지도 않아
왜냐하면 다 알거든 그렇게 유명해지는 거라고
해님을 바라봐 그리고 거울을 봐
그래 난 제대로 가고 있어 난 이기고 있어
삶은 어머니들보단 영화배우들에 대한 거야
빠른 자동차들과 서로를 지나치는 것
하지만 상관없어 난 플라스틱을 갖고 있거든
그게 내 삶을 꽤 멋지게 만들거든
난 엄청난 식욕의 무기야
어느 게 옳은 건지 어느 게 진실인지 모르겠어
어떻게 느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
생각을 하면 다 분명해질 텐데
왜냐하면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있어
내 탓이 아니야 내가 이렇게 프로그램이 되어있는 것뿐
해님을 바라봐 그리고 거울을 봐
그래 난 제대로 가고 있어 난 이기고 있어
어느 게 옳은 건지 어느 게 진실인지 모르겠어
어떻게 느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
생각을 하면 다 분명해질 텐데
왜냐하면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있어
총을 잊고 무기를 잊어
왜냐하면 그 모두를 나의 작은 미션으로 죽이고 있거든
난 성자는 아니지 하지만 죄인도 아니야
모든 게 다 괜찮아 나는 날씬해지고 있거든
어느 게 옳은 건지 어느 게 진실인지 모르겠어
어떻게 느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
생각을 하면 다 분명해질 텐데
왜냐하면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있어
▲ 「The Fear」가 수록된 앨범 「It's Not Me, It's You」(2009)의 표지
◇ 가수 소개
릴리 앨런(1985~)의 어린 시절, 아빠는 항상 불륜을 저지르고 다녔고 엄마의 친구들은 동성애자들뿐이었으며 집에는 늘 마약이 있었다고 한다. 릴리 앨런은 15세에 학교를 자퇴하고 음악 창작활동에 전념하는데, 많지 않은 나이에 이미 여러 번이나 그래미상(Grammy Award, 미국의 권위 있는 음악상)과 브릿상(Brit Award, 영국의 최고의 음악상) 등에 수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릴리 앨런의 다소 불행한 동년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지만, 내가 아는 그녀는 영국에서는 국민가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으로 씩씩하게 잘도 커 줬네!
▲ 「Fuck You」(2009)의 홍보 사진
릴리 알렌이 사회 비판에만 몰두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금요일 밤(Friday Night)」처럼 주말에 클럽에서 괜히 다른 여자와 싸움이 붙을 뻔하다가 "이 언니가 오늘은 술이 좀 덜돼서 좀 봐주마." 라며 참았다는 20대 '노는 언니'의 약간 유치한 이야기에 경쾌한 리듬의 노래도 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존 루이스(John Lewis) 백화점의 크리스마스 주제곡으로 선정된 Keane밴드의 「우리만이 아는 그 곳(Somewhere only we know)」을 그녀 특유의 창법으로 리메이크(다시 부르기)해서 팬들한테 따뜻한 크리스마스 선물로 선사하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올해 크리스마스도 멀지 않았는데 이 노래도 들어보길 권하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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